금요일
여의도에서 호, 원, 엘. 나까지 넷이서 만났다.
호는 최근에 회사를 옮겼다. 홍보쪽 일을 쭉 해오던 터라 다시 홍보일을 맡게 되었다며 명함을 건네 주었다.
엘은 택시 타고 10분 거리를 버스를 타고 30분도 더 걸려 도착하였다. 여전히 나이를 알 수 없는 얼굴과 옷매무새로 나타나셨다. ㅋ
원은 지난 주에도 만났지만 다시 먼 걸음을 해 주었다.
토요일
아침 잠이 별로 없는 나이지만 전날 늦게 집에 들어온 탓에 잠이 필요하였다. 하지만 8시. 문득 돈의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생뚱맞은 전화였다. 잠결에 받은 전화이지만 내용은 오늘 아이스타일에 첫째와 둘째 촬영하러 가니 오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시간 뒤에 난 잠을 깼고. 스튜디오로 출발했다.
이미 촬영은 시작되었고, 나도 엉거주춤 40D를 꺼내 들었다. 실내 촬영에다 스트로보가 없는 탓에 ISO를 최대로 주었다. 노이즈가 장난 아닐텐데...아이 사진은 힘들다. 계속 움직이는데다 렌즈에 시선을 맞추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40D에 수동 렌즈를 마운트 시켜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쉽지 않다. 그래도, 결과물에는 만족하고 만다. 내가 2년도 넘게 주력으로 사용해 온 야시카 ML 50미리 렌즈이기 때문이다. 다만, 크롭 바디에 마운트한 결과 화각이 현저하게 1.6 : 1 만큼 좁아져 충분히 렌즈를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렌즈랑 스트로보를 곧 구입하여야겠다.
촬영을 마치고 돈과 그의 가족들과는 인사하고 난 대학로 이음아트로 향하였다. 가끔 들러는 이곳은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다.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하이퍼텍 나다로 난 길로 꺽어 걷다 보면 바로 왼쪽에 조그만 걸개 간판이 보인다. 지하로 내로 가면 시끌벅적한 대학로와 다른 조용한 책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새책과 헌책을 함께 판매한다. 생긴지는 2~3년은 된 것 같다. 난 2년 전부터 대학로에 올 때면 들러 보고 그런다. 큰 서점에 잘 들어오지 않는 책도 많고, 편하게 앉아 책을 보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교보나 영풍 보다 책방으로서는 최고이다. 2시간 정도 머물렀고, 책 몇 권을 사왔다.
인권의 문법/조효제 著
사진예술개론/한정식 著
특집 한창기/강운구 외 다수 著
배움나무의 생각/한창기 著
이슬람/이희수 외1인 著
책방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다 자꾸 촛불 생각에 방향을 틀어 광화문으로 향하였다. 일이 여행을 마치고 어제 올라와 지금 조계사 쪽에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카메라에 책 봉투에 어깨랑 팔이 무지 아파오고 있었지만 그냥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일을 만나러 움직였다. 사람들은 경찰의 차단벽에 종각역 네거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일과 간단히 강진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여행도 역시 고택 기행이 될거라고 한다. 내리 2번이나 여행에서 빠졌던 탓에 다음에는 꼭 같이 가겠다고 약속하였다.
사람들은 청계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한창일 때와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비가 그렇게 오는데도 사람들은 많이들 모였다. 깃발은 줄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촛불을 들었다. 한화 빌딩 맞은편 연탄구이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사람들과 가두 행진을 하였다. 명동에서 행진은 더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경찰들이 앞뒤로 저지선을 쳐 버렸기 때문이다.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하였다. 경찰들이 오늘은 세게 나올 것이다, 골목마도 체포조가 있다라는 이야기도 빗줄기 사이로 흘러 나왔다. 경찰들이 개미떼같이 우르르 몰려왔다. 사람들은 흩어졌다. 하지만 경찰들은 시위 진압 훈련이라도 하는 듯 그렇게 모여 들었다 빠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였다. 뭐랄까? 집회 진압 모의 훈련을 벌이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10시 쯤 일과 헤어지고 난 집으로 돌아 왔다.
아, 온몸이 뻐근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일요일인 오늘은 밀린 책과 신문도 보고, 방도 좀 치워야겠다.
누가 와서 볼까 걱정이다. 올 사람은 없지만. 비가 많이 내린 탓에 기온은 그렇게 높지 않다.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한다...